2011 KBS 아나운서 합격후기 -정지원
analesson Date. 2011-10-05 22:44:09 Hit. 1482






























창밖으로는 무섭게 비가 내리네요.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7월 26일, 오늘 최종 합격 문자를 받았습니다.
신체검사와 신원조회까지 통과해서 회사 홈페이지에 99명의 신입사원 명단에 올랐습니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KBS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 아직은 실감이 안 나네요.

그런데 제가 정말 큰 일을 하긴 했나봅니다. 아니면 모두들 제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나봅니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몸들 바를 모르게 황송한 하루들입니다.

막상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일 때문에 대전 출장에 가 있었고, 숙소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에 연락을 받아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 이후로 일주일. 순간순간 문득문득 돌아온 길들이 떠오릅니다.
참는 법을 많이 배웠다지만, 원체 눈물이 많은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저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혼자서 꾹 참다가
닦아내고,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씻어 냅니다.


자기소개서

- 친한 언니가 제 자기소개서를 보고는 '넌 인생 자체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인 것 같다'며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오랜 꿈이었던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관련된 활동들을 많이 했고, 결과적으로 제 자기소개서가 풍부해졌습니다. 덕분에 제가 면접에 갔을 때 저를 만나기도 전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분들도 계셨고, 자기소개서를 참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또한 객관적인 점수는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한국어와 토익 점수가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적어도 서류전형은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특히 자기소개서보다는 맨 앞장에 첨부되는 '이력서'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번 KBS 3,4차 면접에서 대부분의 질문들을 이력서에서 받았습니다. 불필요한 경력들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쉽게 하지 않았을 경험들을 잘 요약해서 명확하게 정리하면 좋겠죠. 그리고 저는 제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창피하기도 했지만, 제 자기소개서를 친구들을 비롯해서 주변에 많이 보여주고 느낌이나 이상한 부분, 예상 질문들을 물어봤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 도와준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필기

- 어려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일이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호기심으로 넘겨보던 신문, 챙겨보던 9시 뉴스는 습관이 되어 외국에 나가서도 챙겨봤고, 결국 제가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아나운서가 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언론고시반인 춘추화백실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집중적으로 1년 넘게 매일 발행되는 일간지와 주간지들을 챙겨보면서 시사에 대한 감각을 길러나갔고 그러다보니 논지 정리를 비롯한 필기 준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필기시험을 앞두고는 시사상식보다 논술과 작문에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터디
- '언론고시'라고도 불리는 막막한 시험이었기에 저 역시 스터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학교 언론고시반에서 다양한 직종을 준비하는 동료들과 최신 이슈를 발제해서, 각자의 시각을 담아 토론하며 서로의 시각을 공유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시험을 준비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다지는 든든한 뿌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여자 4명이 2년 가까이 신촌에서 일주일에 2번씩 스터디를 했는데 필기와 면접 전반에 걸쳐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각 방송사 프로그램 모니터, 전 분야별 이슈 정리, 한국어 등 다른 직종을 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없는 '아나운서'와 관련된 세세한 부분까지 공부했습니다. 정말 성실한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한 번 만날 때마다 서로 준비한 프린트가 두둑했습니다. 스터디를 위한 스터디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를 하며 충분한 시간을 준비했기에, 그 때 함께했던 스터디원들은 필기전형에서 나쁜 소식을 듣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실기스터디는 시험을 앞두고 그 때 그 때 해당 시험을 준비하는 주변의 친구들과 시간을 맞췄습니다. 덕분에 친구의 친구가 모두 친구가 되어서, 시험장에 가면 아는 얼굴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그들과 함께 준비했기에 제가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지나고 나서보니 실기 모습을 간단한 느낌으로 모니터하며 여러 사람들로부터 자극을 받았기에,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다양한 모니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이고, 세심한 기술적인 부분은 제가 다녔던 회사의 선배님들과 아나레슨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긴 시간에 걸쳐 계단처럼 올라갔던 것 같습니다.


경력
첫 시험에 덜컥 KBS 아나운서가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저는 제 앞에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부족했던 제게 기회를 주신 회사들에 저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정말 좋은 선배님들과 동료들을 만났고,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한 해 한 해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도전했던 점을 올해 KBS에서도 높이 사주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나운서를 비롯한 언론사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아무리 작아 보이는 기회라도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 일을 직접 경험 해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면접
-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했던 일들이 결국 제 면접의 든든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끌리는 데는 이유가 없다죠? 특별한 준비를 해서 멋진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면접관과 지원자,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합니다. 저는 이번 면접 전형을 통틀어 억지로 꾸미려하지 않았고, 부족하지만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 어떤 일을 시켜도 꿋꿋하게 해낼 수 있는 심지 굳은 모습, 함께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유쾌함, 공영방송의 아나운서이자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의식, 만나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개인적인 매력. 만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제가 느낀 제 4명의 동기들의 공통점입니다. 아마도 면접과정을 통해 공통적으로 면접관님들이 중요하게 보셨던 부분이 아닐까싶습니다.


자신감과 절실함
제가 올해 KBS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를 꼽으라면 '자신감'을 꼽고 싶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너무 간절한 꿈이었기에 '결국 안 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불안함과 '꼭 되고 싶다'는 걱정이 더 컸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제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부산에서 밤 11시에 일이 끝나고 심야 버스를 타고 새벽 4시에 도착해 1차 시험을 보고, 대구에서 일주일 가까운 중요한 출장이 끝난 다음날 필기시험을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생각을 하려고 했습니다. "오히려 잘 되려고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겠지"라며 담담하게 임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었지만 끝까지 배려하고 응원해주신 회사 선배님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후회하지만 말자"라는 각오만 되뇌었습니다.


사람
저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가진 능력이 부족했기에 돌아왔지만, 저는 그 지나오는 길에서 소중한 보석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오랜 인연이 되어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분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하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신경 써 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KBS 아나운서가 된 지금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이유도, 이제 그 분들에게 받은 은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함에 어깨가 무겁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험 과정에서 저를 믿고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 확신을 가져주시는 분들,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다른 직종의 동기가 된 친한 친구의 어머니는 제 면접 시간에 맞춰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눈물 나게 고마운 분들이 많은 저는 정말이지 복 받은 사람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저의 앞길을 축복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KBS에서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겸손하고 사랑 많은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나운서를 처음 준비할 때 선배님들이 정성스럽게 작성한 합격 수기를 우러러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는데요. 저는 그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힘든 가시밭길에서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제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꿈이 이뤄지는 그 날까지 파이팅 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지켜봐주시고 딸처럼 응원과 정성을 아끼지 않아주신 이정애 원장님, 변순복 선생님을 비롯한 아나레슨의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많이 고맙습니다. ⓒanal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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