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민지라고 합니다.
으아 제가 뭐라고 후기를 쓴다는 게 부끄럽고 민망스럽지만, 저도 누군가의 후기를 통해 겁도 없이 용기를 내봤던 경험이 생생하기에...
2년만의 공채라 궁금한 점이 많으실거라 생각해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써봅니다.!
(지금 본인이 매우 흥분한 상태기 때문에 맞춤법, 띄어쓰기 비속어 사용 등등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먼저 시험 과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할게요.
보통 아나운서 시험의 본격적인 시작은 카메라테스트부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자기소개서가 ‘아주’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전형이 끝 날 때까지 제가 겪었던 모든 질문과 모든 대화는 자소서로부터 나왔지 않았나 싶은데요. 최종면접까지 본인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사실 부산에서 출장 갔다 오는 길에 ktx에서 밤새 썼기 때문에;(접수도 거의 마지막에 했고....)오타도 있었고 완벽한 자소서는 분명 아니었을거에요. 하지만 나름대로는 뻔하지 않은 표현을 해보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완벽한 느낌은 덜 나더라도 좀 읽으시는 분이 재밌게 읽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고, 면접 볼 때 보니까 그 웃음 포인트를 정확히 짚으시고 질문을 만드시더라구요. 그만큼 자세히, 제대로 파악하신다는 거겠죠. 글에 개성을 드러낸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지만,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쓰다보면 어느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저절로 드러나기 때문에 좀 단순하게 생각해보시면 좋으실 것 같아요.
1차- 카메라 테스트.
짧게 뉴스만 읽기 때문에 아침부터 화장하고 머리하느라 진 뺀 지원자들에게 가장 허무한 전형이죠ㅠㅠ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때 심사를 보셨던 선배님께서 제 모습을 기억하고 계시더라구요! 깜짝놀람... 금방 끝나기는 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가벼이 생각하시면 안 될 듯! 오독을 했다든지, 목소리가 잠겼다든지 카메라를 제대로 못 쳐다봤다든지 하는 것 등등..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 무지하게 마음에 걸리는 게 많지만, 이미 심사위원분들은 저희가 수험번호를 말하는 순간 저희의 목소리, 이미지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귀신’이시라는 거! 작은 부분에서 삐끗댔다고 동요하지마시고, 오히려 “걸릴 거면 이미 옛날에 걸렸다.”는 생각으로, 실수하더라도 끝까지 차분하게 마무리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차 - 필기
시사 교양을 몇 개 맞고 틀리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글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SBS같은 경우 작문이 두 개였는데, 시간 관리에 신경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에 공을 들여서 무지하게 잘 쓰고 나머지를 망치는 것 보다는 둘 다 골고루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선배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필기점수가 최종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의 실력을 나타내주는 객관적인 지표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겠죠. 그리고 이 바닥의 진리...고고익선(ㅠㅠㅋㅋ)을 생각했을 때 역시 가벼이 생각하실 부분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차- 실무면접
제가 맨 마지막번호였어요. 다들 지쳐계셨죠. 나의 에너지를 완전 수혈해 드리리라. 최대한 빵~~~끗 웃으며 들어갔습니다. 자기소개 한 다음에 뉴스 하나 읽고 MC원고를 하나씩 읽었어요. 그리고 자소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전까지가 어떤 기준을 실력으로 통과해야하는 과정이라면, 이때부터가 바로 개인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시작인 것 같아요. 제 생각이지만, 여기서부터는 시험이라기보다는 정말 인간관계랑 비슷한 듯...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인사하고 알게 될 때도, 본인을 알리고 소개하는 그 과정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워야 하잖아요, 막 본인을 부담스럽게 어필한다거나 반대로 너무 위축돼있다면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운 거. 면접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수 천명의 훌륭한 지망생의 대부분이 아마 ‘정답’을 얘기할텐데, 그렇게 해서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릴 길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대답을 할 때 ,“정답이 뭘까” 를 생각하기보다는 ‘나’니까 할 수 있는. ‘000’ 이니까 가능한 대답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순발력!!!
제가 받았던 질문은
“김민지 씨는 굉장히 밝은 성격인가봐요. 요즘 친구들 밝은 친구들 많긴 한데 특히 밝네요 김민지씨도 혼자 가만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가 있나요?”
“일을 했었나요”
“미술관련 일을 했었네요, 그럼~~~이러이러한 일을 했던 건가요?”
“왜 미술을 그만뒀는지?”
“어제 회사에서는 무슨 일 했나요”
“최근에 회사에서 했던 방송 어떤 건지 해보세요.”
인터뷰라 곤란하다고 하고 중계를 보여드렸더니,
“오프닝만 말고 하이라이트도 해보세요. 000선수가 홈런친 걸로..”
“자소서에 아나운서가 ~~~~해야 한다고 썼네요. 김민지씨가 되고 싶은 아나운서는 어떤 아나운서인지?”
“SBS에 처음 지원했네요?”
“자소서에 보니까 SBS가 ~~~다고 썼네요. 왜죠?”
“이런 질문은 처음 해보는데,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한테 영상편지 써보세요”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말?”
지금 생각나는 건 이정도네요.!
말로 적어놓으니까 좀 딱딱한데,정말 일상에서의 대화처럼 진행됐어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어서 그 전에 한 말에서 다음 질문이 이어지는 식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대화할 때도 어떻게 하면 좀 재미있게 얘기를 해볼까 고민을 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면접 때도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난 다음에 한마디 정도는 재미있는 말을 했고 다들 잘 웃어주셨습니다.
면접을 끝마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드리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많이 웃으면서 면접을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즐겁게 해줘서 오히려 우리가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ㅠㅠ 정말 그 순간은 당락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4차- 실무면접
다니고 있던 회사에 처음부터 말씀은 드려놨었는데, 이제 실습으로 출근을 해야하니까 꼼짝없이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근데 회사에서 감사하게도 실습하고 다시 오라고 하셔서 일단 일은 보류해놓고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인성도 물론 많이 보셨겠지만 실무적인 능력을 아주 세세하게 나눠서 평가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전형이 진행될수록 실기가 중요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습은 기본적으로 오전/오후로 나뉘어서 평가가 진행됐어요. 그동안 했던 것들은 스피치가 가장 많았구요 (10분, 3분, 7분, 5분 등 깜짝 스피치까지...나중엔 아예 스피치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정도) 라디오뉴스, DJ, TV뉴스 2회, MC , 리포팅, 토론, 또 뭐있지 등등을 시간을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평가에 대한 간략한 코멘트도 해주셔서 저희로선 많이 배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밖에는 회식자리도 있었고, 선배 아나운서분들과 조를 나눠 같이 식사하며 얘기할 시간도 있었어요. 하는 동안은 그저 신나서 수다도 많이 떨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재밌게 보내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실력과 성격, 모든 면에서 저의 장점과 단점을 낱낱이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전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아쉬움이 안 남더라구요. 유감없이 까불었고 배가 아플 정도로 웃기도하고 주책 맞게 엉엉 울기도 했네요.
긴 기간이었기 때문에 ‘경쟁’이라는 생각을 했더라면 아마 진작에 지쳐버리고 말았을 거에요. 정말 인간적으로 정이 가고 마음이 가는 친구들과 서로 도왔기 때문에, 서로 예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별 탈 없이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전형을 쭉 정리해보니까, 저는 이번 여름을 송뚜리째 SBS에 썼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 전형을 맞이하면서 ‘설마 되겠어. 그냥 재밌게 하자.’ 라고 생각했거든요, 떨리지도 않더라구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오고나니까 이제야 제가 뭘 믿고 그렇게 여유를 부렸는지 어이가 없어요. 아마 감히 욕심을 내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에 개입하셔 도와주신 하나님, 저 때문에 애태우신 부모님, 오랜 시간 동안 제게 꼭 필요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아나레슨의 선생님들, 더 이상은 없을 만큼 저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아껴주신 우리 회사 KBS N, 선배님들, 동기,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던 스터디원들, 정말 머리 깊이 숙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도움 받은 것 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꾸벅
그리고 후기라고 해서 읽었더니 별 내용이 없어서 실망하고 계실지 모를 동지님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 인간적으로 저 말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ㅋㅋ 이건 뭐 거의 자동기술법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쭉 썼더니 뭐 말도 안되는 말도 많은 것 같네요. 하하
2년정도 공부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 많이 받았어요. 시험은 자주보는 게 좋다길래 시험 보러 다녔더니, 최종에 안가서 블랙리스트 되고, 최종 갔다 안다니겠다고 해서 또 욕 먹기도 하구요. 도대체 언제 뜰지도 모르는 공채에 낚여서 이러는게 어이도 없었구요. 내 딸이 아나운서 한다면 머리를 깎아서라도 말려야지. 제 인생 처음으로 독기도 품어봤어요 ㅋㅋ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터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좀 오그라드는 표현 같지만, 같이 손잡고 갈 친구들이 많잖아요! 정말 착한 사람도 많고 웃긴 사람들도 많고, 특이한 사람도 많고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도 많고ㅋㅋ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이겨 먹으려고만 하면 지고, 다 같이 잘되자 하면 잘 되더라구요. 터널이 끝났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또 다른 터널 앞에 서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또 터널을 같이 걸읍시다! 잘 부탁드려요.
처음에 합격자명단 떴을 때, “어디보자..김주우는 원래 유명했고, 유혜영은 모델출신? 예쁘네. 근데 김민지 얜 뭐야? 웬 듣보잡이 됐어?” 하셨죠 ㅋㅋㅋㅋ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다 되네요. 그러니 동지여러분 다들 좋은 결과 있을 수 있습니다. 파이팅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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