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KBS 전국권 TV-PD 합숙 후기
합숙 내용이 대부분 비슷했지만, 권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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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째 날(2004년 10월 13일)
오전 9시까지 수원에 있는 KBS 연수원으로 각자 모였습니다. 방 배정을 받고, 짐을 옮긴
뒤 오전 10시까지 모두(PD직, 기자직 전 권역) 강당에서 이틀간의 합숙 진행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평가에 대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전국권 TV-PD직의 첫 평가 항목은 <집단 토론>이었습니다. 전국권 TV-PD직의 합숙
인원이 총 30명(결시 없었음)이었기에,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즉, 집단 토론도
한꺼번에 15명씩 들어가는 형식이었죠.
수험생들이 자리에 앉은 뒤, 먼저 대기하고 계셨던 3분의 면접관들께서 스스로 소개를
하셨습니다. 교양, 예능, 드라마국에서 각각 한 분씩 면접관으로 참석하셨고, 대략 10년 차
이상 되신 분들이었습니다.(이 3분께서 합숙 기간 내내 모든 평가를 맡으셨습니다.)
수험생들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토론을 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기는 했지만, 그다지 큰 무리 없이 진행은 된 것 같습니다.
토론 주제는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반"과 "KBS 2TV의 상업화(민영화)에 대한
찬반"이었습니다. 사형제 문제는 대부분 폐지에 찬성하는 쪽이라서 치열한 토론은 이뤄지지
못한 듯하고요. 하지만, 얼마나 말을 또박또박 잘하고 얼마나 논리적으로 요령 있게 잘
말하느냐가 관건인 듯했습니다. KBS 2TV의 상업화 문제는 어느 정도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고, 때로는 논점 일탈이 되는 경향을 보이자 면접관께서 방향을 다시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편안했고, 수험생들끼리 농담도 주고받으며 재미있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뒤 팀 역시 똑같은 토론 주제였고요. 하지만, 앞 팀과 뒤 팀을
서로 접촉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는 없었습니다. 저희 팀의 토론 시간은
주제당 각각 30분 정도씩으로 총 1시간이 걸렸습니다.
토론을 끝내고, 점심을 먹고 두 번째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두 번째 평가 항목은 <주제에 따른 영상 구성>이었습니다. TV-PD직 지원자 30명이 모두
한꺼번에 시험장에 들어선 뒤, 주제가 주어졌고 작성 시간은 30분이었습니다. 주제는 두
개가 제시되었고,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서 쓰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주제 두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1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15층에서 1층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1분이다.
이 시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영상 구성하라.
2. 사이버섹스에 중독된 한 남편이 있고, 그의 포르노그래픽 탐닉으로 발생된 부부간의 갈등
상황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영상 구성하라.
먼저, 시놉시스(간단한 줄거리)를 몇 줄 작성한 뒤, 글로 영상 구성하는(각각의 컷을 글로
설명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컷 제한은 없었으나, 대략 10컷 정도로 구성하면 될 듯했습니다.
시험지는 줄이 쳐 있는 A4 크기 용지 2장을 제공했고요. 30분이란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짜내 써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하지만,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부가 설명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작성이 끝난 뒤, 일괄적으로 모두 시험지를 걷어갔고 그 후에 5명씩 6개 조로 나뉘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 자기가 썼던 시험지를 다시 나눠줬고요.
5명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면접관 앞에서 차례대로 자신이 작성한 내용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한 뒤(자신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형식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은 앉아서 했고요. 각 조당(5명당) 대략 20∼30분 정도씩 시간이 걸렸습니다.
창의력을 많이 보는 듯했지만, 주제와 관련 없이 너무 엉뚱하게 나가는 것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나 편집 기술 등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실제
연출 경험이 있는 수험생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겠죠.
두 번째 항목 평가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세 번째 평가는 오후 5시가 넘어서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 평가 항목은 <방송 비평>이었습니다. 흔히 하는 모니터링이었죠.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상당히 예상하기 힘든 프로였죠. <청춘! 신고합니다>를 틀어주었는데,
수험생들 중에 그 프로그램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틀 전에
방송했던 것이기도 했죠.
30명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50분 동안 프로그램을 같이 본 뒤, 10분 동안 그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단점 3가지를 적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시험 용지는 앞서 평가했던 용지와 똑같은
것이었고, 1장만 제공했습니다. 역시 10분간의 작성 시간이 끝난 뒤, 모두 시험지를 걷었고
프레젠테이션은 두 번째 평가와 똑같은 방식으로 5명씩 6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평가 방법도 똑같았고요. 다만, 각 조당 시간은 두 번째 평가 때보다는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단점을 지적할 때 미시적인 부분보다는 거시적 측면으로 다가서는 것이
좋을 듯했고요. 물론, 세세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겠지만 거시적인 문제점 2개
정도에 프로그램 내용에서 딱 눈에 거슬리는 곳 하나 정도를 지적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해서 6개조가 모두 끝나니까, 밤 10시가 넘어가더군요.
합숙 참가한 사람들 중에 전국권 TV-PD직이 가장 늦게 끝났고요. 다른 조들 프레젠테이션
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기 때문에 다들 많이 지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도 조금 마셨습니다. 삼겹살을 먹었는데, 술은 전혀 많이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스스로 마시고 싶은 대로 마셨습니다. 전혀 안 먹어도 아무
상관없었고요. 그 후 다시 숙소에 돌아오니까 12시가 다 되었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2. 둘째 날(2004년 10월 14일)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은 뒤 8시 30분까지 모든 합숙 참가자들이 다시 강당으로
모였습니다. 평가는 9시 정도부터 시작했고요.
PD직 지원자들은 라디오PD만 제외하고는 권역을 따지지 않고 모두 한꺼번에 마지막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4번째 평가 항목이 <음악에 따른 영상 구성>이었는데, 한꺼번에
같이 들려주기 위해서 그러한 방법을 취한 것 같습니다. 음악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명곡(?)이 나왔죠. 바로 <애국가>가 나왔습니다. 애국가를 듣고 창의력을 발휘해서 영상
구성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다들 많이 고심하는 모습이었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수험생들은 농담식으로 "애국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대화도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냥 농담으로 넘겼기 때문에 오히려 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2번째 평가와 마찬가지로 2장의 용지가 제공됐고, 간단한 줄거리(시놉시스)를 작성한 뒤,
10컷 이내로 영상 구성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글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그림을 그린 뒤 그에 대한 설명을 붙이는 형식으로 작성하라고 하더군요. 작성 시간은
30분을 주었습니다.
작성이 끝난 뒤, 모두 시험지를 걷었고... 그 이후에 다시 각 권역별로 나뉘어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습니다. 전국권 TV-PD직은 이전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5명씩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갔고, 진행 방식 역시 똑같았습니다. 애국가와 관련이 있게 하려면 다소
진부해지고, 그렇다고 애국가와 관련이 없다면 너무 엉뚱해지는 문제가 있어서 상당히
진퇴양난이 아니었나 합니다. 면접관들 역시 그러한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즉, 어떻게
쓰든지 단점은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가 아니었나 합니다. 평가자 입장에서도 그 부분을
노린 측면이 있어 보이고요. 전국권 TV-PD직은 대략 1시 30분쯤 모든 조의 평가가
끝났습니다.
이제 합숙 기간 동안은 4가지 평가는 모두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다시 각 권역별로
프레젠테이션 및 시험이 진행되었던 장소로 이동하여 이틀 동안 함께했던 면접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당으로 전체 합숙 참가자들이 모였고, 그
자리에서 각 권역별로 인기상 투표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인기상이라기보다는 "누가 PD나
기자의 자질이 있는가"라는 형식으로 투표를 하려 했는데, 수험생들이 원하지 않자 그냥
인기상이라는 형식으로 바꿨고, 투표를 해서 각 권역별로 한 사람씩 뽑혔습니다. 전국권
TV-PD직에서는 제가 뽑혔는데, 아무래도 합숙 기간에 저를 잘 봐주셨다기보다는 카페
운영을 하느라 수고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많이 부끄럽더군요. 저를 알아보는 몇몇
분들께서 정말 크게 박수를 쳐주시는 바람에 정말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결국 그렇게 이틀간의 합숙이 끝나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뒷이야기: 제가 전체적으로 전국권 TV-PD직에 대해서만 적었기에 다른 분야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다른 분들께서 또 후기를 올려주시리라
생각하고, 제가 아는 몇몇 얘기는 조금 더 덧붙이겠습니다. 기자직의 집단 토론 주제는
<엠바고 문제>에 대해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또, 기자직은 <집단 토론> 외에 <뉴스
비평>, <3분 스피치>, <기사 작성> 등의 평가 항목이 있었다고 하고요. 또한,
라디오PD직은 <음악에 따른 영상 구성> 대신 <음악 듣기 평가>가 실시됐고요. 정확한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틀간의 합숙 평가 동안 실험적인
문제들이 많이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TV-PD 직종 평가에서 영상 구성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기획 부분을 평가하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사실 많은 수험생들이 기획 부분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를
평가 항목에서 제외했다는 것이 조금 의외였죠. 짧은 기간이었고, 전국권 TV-PD는 인원이
조금 많았던 관계로 모두 다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서로가 동병상련하는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들의 입장은 모두가 똑같은 것이겠죠. 어쨌든, 이틀간의 평가가
모두 끝난 뒤 서로 격려해주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이틀간 평가를 해주신 KBS 인사 관계자, 면접관께... 그리고, 우리 수험생 모두에게... 정말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마음으로나마 전달하며 그렇게 KBS 연수원을 빠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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