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KBS 전국권 TV-PD필기 합격 후기
<기획안 작성>(60분)(B4 용지 3장 제공)
기획안 1) 평소 자기가 생각했거나 언론사 준비하면서 생각해둔 프로그램 제안서 쓰기. 형
식, 장르, 분량 자유(20점)
저는 휴먼 다큐멘터리를 기획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해 오던 것이 2개 있었는데, 그 중에 어
떤 것을 할까 망설이다(한 가지는 고정 프로그램, 한 가지는 기획 10부작 정도의 프로그램),
기획 프로그램을 작성했습니다.
프로그램은 '공간(空間)'이란 주제로 작성을 했고(사실, 저희 스터디에서 어떤 분이 내셨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제 스타일에 맞게 변형한 것이었죠), 기획의도는 우리가 흔히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 속의 사람들에 대해 인간미로 접근한다는 식이었습니다. 즉... 구두방, 복권방
아저씨, 수위실, 지하철 운전실, 택시, 위병소, 백화점 안내 데스크 등등 자신만의 공간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각각 조명해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교 수위실이라면... "회사에서 명퇴를 하고 대학교에 수위로 재취업한 김 모
씨. 그는 사람이 몇 드나들지도 않는 후문의 한 수위실에서 하루를 무료하게 보낸다. 때로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우러 수위실 밖을 나서기도 하고, 때로는 신문을 보며서... 그가 이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또다른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생애를 돌아보며 하고 싶었
던 얘기들을 잔잔하게 풀어내 본다" 이런 식으로 작성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 공간 속의 사람들을 하나둘씩 풀어 내는 기획 휴먼 다큐멘터리를 작성해 냈습
니다. 평소에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기획이었죠.
기획안 2) 아파트 리모델링 하듯이 'TV는 사랑을 싣고'를 리모델링 하기(80점)
사실 이 문제를 처음 받았을 때,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MBC에서
방송되고 있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의 포맷으로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출연자를 일반 시청자로 바꾸는 것은 일단 포기를 하고, 출연자는 그대로 유명인들
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사람을 찾아나가는 방식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조금 신세대의 취향으로 프로그램을
개편을 하고... 인터넷이란 매체를 사람 찾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문득, 떠오
른 것이 싸이월드의 미니 홈피였죠. 그래서, 일단... 출연진이 알고 있는 이름이나 생년 등을
정보로 미니 홈피를 찾아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동명이인이 많기 때문에 찾으면서, 실수도
많이 있을 수 있고, 찾는 과정 속에서 순간순간 얻어질 수 있는 좋은 글이라든지 재미있는
사진들도 같이 내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미니 홈피 찾기를 실패한다면, 다른 방법으
로 인터넷에서 찾아 보는 노력을 또 해보자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검색 페이지에서 그 사
람 이름을 쳐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그렇게 해서 찾게 되면, 사이버 스토킹(?)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즉, 그 사람이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것을 그 홈피를 통
해 얻을 수 있고, 대략적인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만약 인터넷으로 찾
기를 실패하면, 직접 찾아 나서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잡아내자
고 했고... 마지막에서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찾으면서 재미있었던 일들, 힘들었던 일들과 같
은 에피소드도 나누고, 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습니다.
대략 어떤 식인지 이해는 가실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도 있고, 잘만 하
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기획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필기시험 총 5문제 중에
조금 걸리는 문제이기도 했고요.
위 2가지를 작성하는 데, 정확히 60분을 다 채운 것 같습니다. 분량은 3장이 초과되어서, 시
험지를 하나 더 받아 총 4장 정도 작성했습니다.
<논술/ 작문>(100분)(B4 용지 5장 제공)
주제 1) <생로병사>는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생로병사>를 통해 사람들이 건강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관점 A : 방송이 여론과 유행을 따라간다.
관점 B : 방송이 여론과 유행을 선도한다.
위의 예를 보고, 서로 다른 두 관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논하시오. (40점)
저는 일단, '관점 A'를 택했습니다. 처음 서론은 일반론으로 나갔습니다. 즉... 매스컴의 역사
가 100여 년밖에 되지 않는데, 그동안 이론적인 변화도 많이 있었다.(제가 신방과 전공이기
에 학문적인 내용은 충분히 쓸 수 있었죠.) 요즘에는 각종 매체도 발달하고 있는데, 여전히
TV의 영향력을 막강하다. 그런데... 사실...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방송이 시청자들의 요구
를 반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전개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웰빙에 대한 관심으로 각종 웰빙 프로그램(비타민, 생로병사의 비빌)이 등장하고...
인터넷을 발전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스펀지'와 같은 프로그램들도 생기고... 디
카에 유행이 되면서, '디카폐인'과 같은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드라마에서도 여전히 시청자
들에게 최고의 관심을 지니고 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나 '사극'의 코드는 여전히 방송이 시
청자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증거다... 이렇게 본론을 이끌고...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의 상황은 방송이 여론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한 게 사실이고.... 그러
나, 방송 측에서도 좋은 기획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
이다는 식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상당히 자신이 있었는데... 먼저, KBS의 각종 프로그램들을 꼬박꼬박
적으면서... TV를 열심히 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려고 많이 노력했고, 학문적인
얘기도 곁들이면서, 구성에 있어서도 짜임새 있도록 하기 위해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주제 2)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름 중 잘 지어진 것 3개, 그렇지 않은 것 3개 쓰고
각각의 이유 밝혀라. 그렇지 않은 경우에 새로운 이름 붙여보라(40점)
좋은 것 3개는 <스펀지>, <대한민국 1교시>, 그리고 <좋은 나라 운동 본부>를 택했습니
다. <스펀지>는 'special+fun+지식'의 첫 글자를 딴 조합이 프로그램 내용과 적절히 부합한
다고 얘기했습니다. 즉, 특별하고 재미있는 지식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네이밍이었다고 얘기하고, 또한 세트 구성도 '스펀지'와 같은 뽀송뽀송한 느낌이 좋다고 얘
기했습니다. <대한민국 1교시>는 '1교시'라는 상징성을 부여해 시청자들에게 꼭 알아야할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도록 했고, 우리나라의 대표라는 느낌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네이밍만큼 프로그램 꼭지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는 느낌도 덧붙였습니다. <좋은 나라 운동 본부>는 공익성을 띤 프로그램으로서 매우 편한
느낌으로 기획 의도를 그대로 전달해 주기 좋다고 했습니다. 최재원의 '양심 추적'이라든지
꼭지들의 구성도 우리나라를 좀 더 살기 좋게 이끌기 위한 노력이 많이 엿보여 제목과도 잘
부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쁜 것 3개는 <신화창조의 비밀>, , <황태자의 첫사랑>을 들었습니다. <신화
창조의 비밀>은 일단 '생로병사의 비밀'을 그대로 본떴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고 했습니다.
같은 외주 제작사이기에 그러한 유혹을 받은 것 같다면서, 차라리 '21세기 신화 창조', '우리
시대의 신화'와 같은 이름을 정하는 것이 더욱 기획의도에 부합할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은 역시 'VJ 특공대'와 이름에 있어서 큰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
고, 또한...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 참여 VJ 프로그램인 만큼 그러한 느낌을 프로그램명에서
도 주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제는 VJ다'나 '열린'이란 단어를 프로그
램명에 추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너무 진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태자'나 '첫사랑' 모두 이미지 자체가 신선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프로그램의 내용과도
그렇게 어울린다는 느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발리'나 '타히티'가 주요 배경인 만큼, 그러한
것들을 살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물론, 내용 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SBS에서 했던 '발리에서 생긴 일'과 같은 네이밍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한 느낌이며... 따
라서, 대안 역시 '발리'나 '타히티'라는 이미지를 적절히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주제 3) 비상구(20점)
처음에는 뭘 쓸까 고민하다가 일상 생활에서 있었던 경험담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순간
비상구에 얽힌 기억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큰 주제는 '청소년에게는 비상구가 없다'
는 것이었습니다. 동대문에 가면, 두타나 밀리오레, 프레야 타운과 같은 건물들이 많은데, 그
곳에는 청소년들도 많이 오고... 이렇게 시작을 하다가... 제가 프레야 타운 MMC 극장에 영
화를 보러 갔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날 공교롭게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비상구를 통해 올라갔는데... 바닥에 '검은 물방울 무늬'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무얼까 하는
의구심을 갖다가... 중간에서 만난 '고딩'들을 보고 그것일 깨달았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즉,
그것은 다름 아닌 '담뱃재'로 인해 바닥이 탄 자국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꽉 막힌 세상 속에 비상구를 찾아 그곳에서 그렇게 '깻잎 머리'와 '힙합 바
지'를 입고,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는데... 사실, 결국에는 그 비상구도 그들 스스로 그렇게 망
쳐가고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엘리베이터가 고쳐졌는데도... 나는 다시 그 비상구를 통해 내려오며,
우리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비상구를 찾아 주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식으로 결론을 맺
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쓰면서, 느낌이 좋았던 글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를 작성하는데, 9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오히려 10분이 남았죠. 처음에 시간이
매우 부족할 거라는 느낌을 받아서인지 엄청난 스피드로 작성을 해나갔기 때문입니다. 분량
은 5장이 넘어 시험지를 하나 더 받아 총 6장을 작성했습니다. 2교시 논술과 작문은 1교시
때보다는 더 느낌은 좋았습니다.
<덧붙임>
사실... 리모델링하는 문제만 빼고는 개인적으로 자신감은 있었는데...
결과는 역시 많이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합격 소식을 얻어서
매우 기뻤죠.
제가 저번에 필기 후기를 작성할 때도 했던 얘기지만, 이번 KBS 시험은 얼마나 TV를 많이
보고, 얼마나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보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날
컨디션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는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조금 있었긴 했는데, 시험 당일은 그래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
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