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KBS-PD 시험 후기
오늘 시험 잘 보셨습니까?
각설하고, 시험 문제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어떠한 문제들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래 몇몇 분께서 이미 복원을 해주셨기에, 얘기할 필요 없을 것 같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시험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므로, 구체적인 얘기는 피하려 합니다.)
<1교시>
첫 번째 문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였습니다. 또한, 누구나 하나쯤은 준비해 왔을 만한 문제로 보입니다. 그러하기에 나름대로 자신 있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KBS 측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배점을 매우 낮게 잡았더군요. 20점이라는 점수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현재 같이 공부하고 있는 친구의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고, 거기에 평소에 제가 한 번쯤은 프로그램화하고 싶었던 구성으로 기획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문제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 부분에서 가장 걸리는 것이 사실이고요. 거기에 배점이 80점이라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기까지 했습니다. 'TV는 사랑을 싣고'를 리모델링하라는 문제의 의도로 봐서는 '완전 교체'보다는 적절히 초기 의도도 살리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MBC의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이 있기에, 그 함정을 피하면서 글을 작성하기가 쉽지는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그다지 썩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시험 후 지인들과 대화를 해 보니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배점으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과연 변별력이 어느 정도까지 작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2교시>
첫 번째 문제를 보자마자 기분이 좋았는데('생로병사의 비밀'을 가장 열심히 모니터링했었거든요), 아니 웬걸... 프로그램과 직접적 관계는 없고, 다만 방송과 시청자의 관계에 대한 문제더군요. 이 문제는 어느 쪽에 중심을 두느냐는 전혀 상관없을 것으로 보입니다.(즉, 방송사의 선도로 봐도 좋고, 시청자의 요구로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핵심은 얼마나 좋은 예시들로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느냐일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방송 프로그램들을 적절히 예시하고, 탄탄한 구성으로 마무리하면 좋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너무나도 주관적인 문제라 뭐라 얘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다소 운도 따라줘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즉, 채점자의 느낌과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저의 경우에 좋은 제목과 나쁜 제목 뽑기에는 그다지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나쁜 제목의 대안을 찾는 것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 문제의 주제 '비상구'는 나름대로 참신한 느낌이 드는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기출 문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주제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한 번쯤은 떠올려 봤을 만한 주제가 아니었나 합니다. 출제자의 의도는 파악이 어렵지만, 어차피 작문인 만큼 출제자의 의도보다는 얼마나 글을 참신하고 깔끔하게 정리했느냐가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시의성 있는 소재를 끌어 오거나, 방송과 적절히 연결을 하거나, 그 외에 다양한 글맛을 느낄 수 있게 쓴 글들이 좋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합니다. 상대적으로 배점이 적은 측면이 있었지만요.
<총평>
60분에 기획안 2개, 100분에 논작문 3개라는 분량이 결코 시간적으로 만만치 않은 시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교시에 너무 빡빡한 느낌이 들어서 지레 겁을 먹었는지 2교시에는 시간이 조금 남기도 했습니다. 분량을 적게 쓴 것도 아닌데, 그렇게 시간이 남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죠.(참고로, 분량보다는 당연히 글의 질이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은 문제가 있겠지만요. 주어진 답안지의 2/3 이상 쓰셨다면 분량상으로는 큰 문제 없어 보입니다.) 이번 시험의 궁극적 목적은 얼마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이 많은가, 얼마나 방송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고 생각하고 있는가, 방송에 관한 지식은 어느 정도인가 등을 평가하고 싶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었는지의 문제는 너무 주관적이기에 제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조금씩의 후회는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 역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는 이번 시험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어쨌든... 이제 시험은 끝났고... 우리 모두 조용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P.S.: 쓰고 보니, 너무 뻔한 말한 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냥 시험을 한 번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끼적인 거라 생각해 주시길...
----------------------------------daum cafe '언론고시' 에서 발췌 --------------